한사에 한집이 있으니 집 가운데에는 난간으로 막힘도 없다.
여섯문이 좌우로 통하고 방속에서 하늘 푸름을 본다.
방마다 비어 불안한 듯하니 동쪽 벽과 서쪽벽이네.
그 속에 한 물건도 없으니 사람이 와도 물건 빌려줌을 면하네.
추위가 이르면 약한 불을 태우고, 굶주림이 오면 채소를 익혀먹네.
배우지 않은 시골 늙은이 와서 넓은 쇠마굿간을 두었네.
지옥업(地獄業)을 다짓 다가 한번 들어가니 어찌하여 곧이 다하였다.
착하게 헤아려 생각함을 좋아하니 법을 따름을 알게되었네.
한번 한산으로 은둔함으로부터 생명을 기르기 위하여 산과실을 먹었네.
평생 무엇으로 근심하리오 이 세상 인연에 따라 지냄인데,
일월은 냇물 흐르듯하고 시간은 석화처럼 번적 사이네.
어찌 되었던 하늘과 땅은 옮겨 가는데 나는 화락하여 바위 속에 앉았네.